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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케이맨 제도…조세피난처·해적섬·관광지로 유명

수평선에 맞닿은 거대한 뭉게구름과 에메랄드 빛 바다에 떠 있는 육지는 흡사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것처럼 애처로웠다. 수도인 조지타운이 자리한 그랜드 케이맨을 비롯해서 케이맨브랙, 리틀 케이맨으로 이뤄진 전 국토를 다 합치더라도 260㎢, 한국의 강화도 크기에도 못 미치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 크기와는 달리 존재감만은 결코 작지 않다. 하루 2척 이상의 크루즈선이 입항하는 카리브해의 인기 관광지인 것이 그렇고,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이 없는 국제적인 조세 피난처로 외국 은행이나 기업들이 득실대는 것도 그렇다. 조지타운은 600여 개의 은행이 위치한 금융 산업의 중심지다. 그래서 서인도 제도에서는 경제수준이 높은 편에 속한다. 그뿐이랴. 영화 '카리브해의 해적들'에서 보듯이 해적 검은 수염의 전설도 이 부근에서 비롯됐으며, 존 그리샴의 소설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의 상당 부분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해상에 정박한 3척의 크루즈선에선 항구로 승객들을 실어나르느라 연락선들이 분주히 오갔다. 근처에 국제공항이 있으나, 주로 환승객들이 이용할 뿐 실제로 하루 입국승객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고, 크루즈선을 이용해서 다녀가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영국의 해외 영토 중에서 한국 여권 소지자들에게 입국 시 비자를 요구하는 유일한 곳이지만 크루즈선을 이용해서 다녀가는 관광객들에겐 당일에 한해 이를 면제해주니 입국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입국심사래야 어촌의 작은 포구에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 같은 곳을 통과하면 그뿐이었다. 중심가인 듯한 항구 바깥은 면세점을 비롯한 기념품 가게가 늘어서 있었다. 약속된 미니밴을 타니, 5분도 걸리지 않아서 내려준 곳은 반잠수정을 이용한 해저관광 선착장이었다. 낡은 외관 못지 않게 내부도 원목을 덧댄 모양새까지, 나이를 알 수 없는 반잠수정은 포구 바닥을 훑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형형색색의 열대어와 햇살이 빗겨드는 에메랄드 바다는 거기에 없었다. 가끔씩 버려진 생활쓰레기와 오래 전 가라앉았을 난파선의 잔해가 전부였다. 돌아오는 스쿠버다이버가 배 주위를 돌며 먹이를 주며 물고기를 불러모으는 모습에 측은함까지 들었다. 사실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는 케이맨 군도는 캐리비안 최고의 다이빙 명소로 알려져 있다. 난파선 키트웨이크와 인공 어초, 그리고 세븐마일 비치 북단에는 2011년 침몰한 해군의 잠수함 구조선박 등은 스쿠버 다이버들의 흡인요소다. 48인승 애틀랜티스 잠수함으로는 해저 30미터까지 내려가볼 수도 있다.세븐마일 비치를 따라 도착한 곳은 케이맨 터틀 센터, 푸른 바다 거북과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켐프 리들리 거북의 사육장 겸 보호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가이드를 따라 안내소를 지나니, 한켠에 백사장을 갖춘 거대한 거북 양식장이 나타났다. 수십 마리의 거대한 푸른 거북이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려 발 아래에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성체의 크기가 평균 500파운드가 넘는 거북 중에서 가죽등 거북에 이어 두번 째로 크다. 산란기인 5월부터 10월까지는 산란장면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양식장 말고도 여러 개의 수조들에는 각기 다른 크기의 어린 거북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떤 곳은 수조에 들어가 거북을 만져 볼 수도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지옥'이라 불리는 북쪽 해안의 암석공원. 축구장 절반 크기의 검은 석회암 지대인데, 삐죽빼죽한 형태의 석회암들이 발디딜 틈도 없이 날을 세우고 있다. 실 모양의 바닷말이 자라면서 석회암과의 상호작용으로 이런 모양을 갖추게 됐다고 팻말은 설명하고 있다. 마치 지옥의 모습처럼 보인대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관리인은 방문객에도 아랑곳 없이 풀어 놓은 닭들만 바라보고 있다. 사실 이외에도 가볼 곳이 적지 않지만, 워낙 거창하고도 화려한 유수의 관광지들에 눈높이가 고정돼 있었던 탓일까 마음은 자꾸 항구의 음료수 가게로 끌린다. 백종춘 객원기자

2019-07-04

오로라·온천·산악열차…캐나다 유콘의 황홀한 여름

북위 60~69도에 걸쳐 있는 캐나다 유콘 준주는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품은 땅이다. 여름에도 오로라를 볼 수 있고 기차를 타고 19세기 골드러시 시대의 흔적을 더듬을 수도 있다. 클루아니 국립공원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만년설을 감상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도시 화이트호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선선한 여름을 나기만 해도 더 바랄 게 없겠다 호수에 비친 오로라 유콘 준주는 동쪽 노스웨스트 준주, 서쪽 미국 알래스카 사이에 끼어 있다. 한국의 4.8배에 달하는 광활한 땅에 인구는 고작 3만4000명이다. 제일 큰 도시 화이트호스에 2만5000명이 산다. 반면 유콘에 서식하는 거대 포유동물 개체 수는 25만 마리나 된다. 야생 그 자체다. 여름은 해가 지지 않는 백야 시기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깜깜한 밤이 하루에 약 3시간 정도다. 자정 무렵 살짝 어둑해졌다가 금세 여명이 밝아온다. 지난 6월 24일, 하지가 지난 뒤부터 조금씩 밤이 길어지고 있다. 늦여름인 8월 말부터 오로라를 볼 확률이 높아진다. 캐나다에서는 노스웨스트 준주의 옐로나이프가 오로라 성지로 통한다. 항공우주국(NASA)도 인정했다. 관측 확률은 옐로나이프가 최고일지 몰라도 화이트호스는 전혀 다른 절경을 자랑한다. 사방이 평지인 옐로나이프와 달리 화이트호스에서는 웅장한 산맥과 어우러진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야외 온천에 몸을 담근 채 오로라를 보거나 호숫가 통나무집에 머물면서 초록빛으로 일렁이는 오로라를 만날 수도 있다. 9월이면 일찌감치 물든 노란 단풍과 오로라가 어우러진 신비한 풍광도 펼쳐진다. 북극여우 보고 온천도 즐기고 키 작은 형형색색의 건물이 모여 있는 화이트호스 다운타운은 앙증맞다. 오죽하면 1940년대에 지은 3층짜리 목조건물을 '마천루'라 부를 정도다.그라피티가 건물마다 화려했고, 갤러리도 유난히 많다. 갤러리에는 어김없이 오로라와 근사한 자연을 묘사한 그림이 많다. 일본인 가이드에게 "화이트호스에는 화가들이 많은가 봐요?"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 "워낙 추운데다 밤이 기니까 할 일 없어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닐까요?" 화이트호스에서는 오로라를 기다리는 시간이 따분하지 않다. 도심서 멀지 않은 거리에 즐길 거리가 수두룩하다. 먼저 유콘 야생동물 보호구역(Yukon Wildlife Preserve). 2.6㎢ 면적에 북극여우, 산양 등 북극권 서식 포유류 10여종이 산다. 버스를 타거나 영어 가이드와 함께 워킹 투어를 하며 동물을 구경한다. 유콘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타키니 온천(Takhini Hot pools)이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가깝다. 8월까지는 오후 11시까지, 9월은 10시까지 문을 연다. 뜨끈한 물속에서 늘어져 있다가 오로라를 영접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유콘에서는 사계절 다채로운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카누가 단연 인기다. 하루짜리 맛보기부터 장장 18일간 카누를 타고 유콘을 누비는 프로그램도 있다. 유콘 남서쪽에는 클루아니 국립공원(Kluane National Park)이 있다. 캐나다 최고봉 로건 산(5959m)을 품은 공원으로, 면적이 2만1980㎢에 달한다.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면 가장 넓은 빙하 지역이다. 경비행기를 타면 단숨에 해발 3000m 높이 빙하에 닿는다. 기회가 된다면, 툰드라 지대를 걷는 하이킹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기차 타고 100년 전 시간여행 유콘의 또 다른 명물은 산악 열차다. 1900년 개통한 열차 '화이트 패스 & 유콘 루트(White Pass & Yukon Route)' 철도는 골드러시 때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5~9월에만 화이트호스와 알래스카 스캐그웨이(Skagway)를 연결한다. 노선은 모두 3가지다. 스캐그웨이~카크로스(Carcross) 노선, 스캐그웨이~화이 트패스 정상(873m) 노선, 스캐그웨이~화이트 패스 정상~프레이져 미도우(Fraser Meadows) 노선. 모두 당일치기 코스로, 최장 노선이 왕복 192㎞다. 열차에 오르면 클론다이크 강에서 채취한 금을 남쪽으로 실어 날랐던 100년 전 상황이 그려진다. 산허리를 깎아 만든 아찔한 철길도 나온다. 금 때문에 얼마나 공들여 토목 공사를 했는지 알 수 있다. 브라이들 베일 폭포와 데드홀스 협곡도 장관이다. 최승표 기자

2019-07-04

"비 온다고? 그럼 눈 구경 가야지"

비가 쉴새없다. LA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적이 있나 싶다. 도심에 비가 오니 산에는 눈이 내린다. 남가주 곳곳에 있는 산마다 하얗게 눈이 덮여 있다. 눈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최적의 해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만 감상하지 말고 올해는 눈썰매든 눈싸움이든 눈사람을 만들 든 눈 속으로 들어가 제대로 겨울을 느껴보자. ◆아이딜와일드(Idyllwild) 아이딜와일드는 리버사이드 카운티 샌하신토 산자락에 위치한 아담한 마을이다. 특히 겨울 시즌이면 더 조용해지고 겨울 풍광이 운치를 더한다. 사실 아이딜와일드에는 눈이 오지만 겨울 스포츠를 기대하면 안 된다. 빅베어나 마운틴하이처럼 스키를 탈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대신 눈이 와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겨울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마운틴볼디(Mt. Baldy) 마운틴볼디는 연중내내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산이다. 봄·여름·가을엔 수많은 하이커들이 찾고 겨울이면 눈 구경은 물론 스키, 스노보드, 눈썰매를 타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찾는다. 게다가 마운틴볼디는 눈을 보기 위해 산 꼭대기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다. 어느 정도만 올라가도 눈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린 자녀를 둔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눈썰매를 타기 위해 많이 찾는다. 직접 눈썰매를 가지고 가는 이들도 있고 튜빙 파크를 이용하기도 한다. 튜빙파크는 오전 8시15분부터 90분씩 시간대를 나누어 운행한다. 마지막 세션은 오후 2시15분이다. 입장권은 온라인에서 구매시 40~47달러, 당일 입구에서 구입하면 더 비싸다. ◆팜스프링스 에어리얼 트램웨이(Palm Springs Aerial Tramway) 스키장이 아니어도 산 정산에서 설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트램은 밸리스테이션에서 출발해 하신토 주립공원에 있는 해발 5800피트의 마운틴 스테이션까지 올라가게 된다. 트램운행시간(5월 23일까지)은 월~금요일은 오전 10시부터, 토~일요일은 오전 8시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올라가는 마지막 트램은 요일에 따라 오후 8시다. 티켓 가격은 성인 25.95달러, 어린이(3-10세) 16.95달러다. 오후 4시 이후에는 트램과 산 정상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콤보티켓을 판매한다. 성인 36달러, 어린이 23.50달러다. ◆빅베어 레이크(Big Bear Lake) 빅베어 레이크는 샌버나디노 국유림의 아름다운 풍광에 둘러싸여 있는 휴양지다. 스키와 스도보드, 크로스 컨트리 스키까지 모든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남가주에 있는 어느 주요 도시에서도 1~3시간 정도면 운전으로 닿을 수 있다. 재미를 더할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 시설도 준비되어 있다. '빅베어 알파인 동물원'과 '빅베어 디스커버리센터', '빅베어 스노플레이' 썰매장도 이용 가능하다. ◆레이크 애로헤드(Lake Arrowhead) 샌버나디노 국유림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또 하나의 마을이다. 눈이 오는 주말 시간을 보내는 데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가족단위로 머물 수 있는 산장들이 호수 근처에 많고 애로헤드 빌리지에는 쇼핑과 식당들이 여럿 있어 방문객들의 편리를 더한다. 이외에도 당일치기고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트레일이 주변에 많이 있다. ◆러닝 스프링스(Running Springs) 빅베어에 가는 길에 있는 러닝스프링스 타운은 스노밸리 가까이에 있다. 스노밸리에는 겨울시즌 썰매나 눈을 즐기기 위해 가족단위로 찾는 방문객들을 위해 설계된 특별한 지역이다. 이곳에는 남가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눈썰매장 '스노 드리프트(Snowdrift)'가 위치하고 있다. 주중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한다. 가격은 1인당 17달러다. 주차비는 한대당 6달러. ◆라이트우드(Wrightwood) 샌게이브리얼 마운틴에 위치한 스키 빌리지 '마운틴하이'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 바로 라이트우드다. 라이트우드에는 3개의 리조트가 있어 스키, 스노보드, 썰매 등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어린이들과 눈사람을 만들며 노는 데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팔로마 마운틴(Palomar Mountain) 팔로마 마운틴은 클리브랜드 국유림에 둘러싸여 있느 숨겨진 보석같은 곳이다. 해발 3000~6000피트 정도로 팔로마마운틴 주립공원과 팔로마천문대 등이 있다. 만약 팔로마 마운틴 주립공원으로 눈구경을 간다면 어드벤처 패스를 구입해야 한다. ◆마운트 라구나(Mount Laguna) 해발 6000피트에 있는 산으로 샌디에이고 지역에서 눈 구경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특히 라구나 마운틴 랏지는 적당한 가격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숙박시설이다. 주의할 점은 눈이 왔을 때는 꼭 스노체인을 구비해야 한다. ◆프레이저 파크(Frazier park) 마운트 피노스(Mount Pinos)에 위치한 겨울 왕국이다. 해발 9000피트에 위치하고 있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와 썰매 등을 즐기기에 완벽한 곳이다. 하지만 고도가 높기 때문에 아이들이 두통이나 피곤함을 호소하지 않는지 계속 체크해야 한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oh.sooyeon@koreadaily.com

2019-02-14

요즘 뜨는 벨기에 '겐트'로 간다

베네룩스 3국 중 하나인 벨기에는 '공용어'가 네덜란드어ㆍ프랑스어ㆍ독일어다. 나라 이름도 벨히어ㆍ벨지크ㆍ벨기엔으로 각각 불리니, 이방인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당연히 도시마다 이름이 서너 개다. 이를테면 벨기에 항구도시 앤트워프(영어식 이름)의 프랑스어 이름은 앙베르, 네덜란드어 이름은 안트베르펜이다. 여기엔 역사적 배경이 깔려 있다. 1831년 독립하기 전까지 스페인·오스트리아·프랑스·네덜란드가 차례로 이 땅의 주인을 자처했다. 강대국이 벨기에를 노렸던 이유는 이 나라가 유럽의 무역 요충지였기 때문이었다. 면적은 대한민국의 1/3 크기지만, 유럽의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벨기에를 찾는 이들이 빠뜨리지 않고 들르는 곳이 수도인 브뤼셀이다. 하지만 이름난 여행지는 어디나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곳에서 북해 쪽으로 30분만 달리면 가 닿는 도시 겐트(Ghent)는 여유롭고 한적하기까지하다. 게다가 중세도시의 원형을 지니고 있어서 인접한 도시 브뤼헤와 더불어 요즘 뜨는 관광지의 반열에 올라 있다. 13세기에는 인구 6만 명이 거주하는 유럽에서 파리의 뒤를 잇는 부유한 도시였다. 언뜻 보기에도 겐트는 최적의 상업도시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겐트에는 두 개의 강이 흐르는데, 리스(Lys)강은 도심을 빙 두르는 지천이다. 리스강이 이어지는 스켈더(Schelde)강은 프랑스 북부에서 발원해 벨기에·네덜란드를 지나 북해로 흘러든다. 물줄기가 거미줄처럼 온 도심을 연결하는 덕분에 작은 배로도 도심 구석구석까지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유리했을 것이다. 실제로 겐트는 교통 이점을 바탕으로 모직물 유통 거점으로 발달했다. 중세 상인들이 교통로 역할을 했던 리스강은 여행자들이 겐트를 깊숙히 들여다볼 수 있는 물길이 되고 있다. 강 양안으로 아기자기한 도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강변의 건물은 중세 상인들의 조합(길드)이 세운 것이 대다수다. 석공조합, 선원조합 등은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길드 건물 외양에 공을 들였다. 덕분에 겐트 구도심 강변은 개성 있는 옛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갖게 됐다. 겐트에서 꼭 해봐야 할 것이 바로 이 보트 투어다. 50분에서 2시간까지 코스가 다양하다. 한때 겐트는 공장 연기 자욱한 산업도시였다. 방직산업이 쇠락한 1990년대 이후 오수가 흐르던 리스강 수질 개선 작업과 함께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근처에 가기도 싫어할 정도로 더러웠던 리스강은 현재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겐트 최고의 여행 루트로 변모했다. 겐트의 주요 볼거리는 모두 구시가지에 밀집돼 있다. 중세의 핵심 건물인 성 니콜라스 교회(Saint Nicholas Church), 종루(Belfry of Ghent), 성 바프 대성당(Saint Bavo Cathedral)이 줄지어 있는 광장이 여행의 출발지 역할을 한다. 11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으나, 두 차례의 화재로 인해 13세기에 재건된 성 니콜라스 교회는 그 엄청난 규모와 정교함으로 인해 교회라기보다는 대성당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에는 마구간으로도 사용됐던 이 교회는 프랑스 출신 오르간 제작자인 아리스티드 카바예 콜이 설계한 오르간과 더불어 19세기 중반 장 밥티스트 카프로니에가 제작한 두 개의 대형 스테인드 글라스가 방문객들을 압도한다. 16세기에는 종교개혁의 인습파괴자들이 성상을 파괴하면서 큰 손상을 입기도 했는데, 19세기의 대규모 복원 작업을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데, 청회색 석재로 마감된 화려한 전면부의 모습을 한눈에 보려면 바로 옆의 또 다른 명소 겐트 종루로 가야 한다. 1313년부터 67년에 걸쳐 지어진 이 종루는 시민들에게 시간을 알리고, 나아가 망루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의 전망대로 그 역할을 달리하고 있다. 높이 300피트에 달하는 종루는 계단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있어 꼭대기까지 손쉽게 올라갈 수 있다. 앞쪽으로 성 바프 대성당과 뒤쪽으로는 성 니콜라스 교회의 전면을 비롯해서 중세 도시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여정은 겐트의 상징처럼 우뚝 솟은 성 바프 대성당으로 이어진다. 12세기에 시작해서 16세기에 완공된 겐트 최초의 교구 교회인 대성당은 바로크ㆍ고딕 양식 등 다양한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내부에는 반 에이크 형제의 제단화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경첩이 달린 12개의 패널로 이루어진 이 제단화는 플랑드르 회화의 불후의 명작이자 15세기 유럽 미술의 초석으로까지 칭송받는다. 제단화 '어린 양에 대한 경배'는 형인 위베르가 사망하자 동생인 얀이 위임받아 8년 만인 1432년에 완성한다. 웅장하고도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전경으로 방문자들의 시선을 끄는 곳이 바로 플랑드르 백작의 성(Gravensteen)이다. 1180년부터 1353년 플랑드르 백작 가문의 거처로 쓰였다가 이후 재판소, 감옥, 조폐청 심지어는 면사 공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1893년부터 1903년까지 복원작업을 거쳐 지금은 박물관이자 겐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해자처럼 강이 둘러싼 전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겐트 여행의 마무리는 리스강의 야경이 아닐까. 강물에 투영되는 중세 도시의 야경은 보석이나 다름 없다. [사진 위키피디아] 백종춘 객원기자

2019-02-14

'숨겨진 보석'…국립공원 못지 않네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전 세계 국립공원의 효시가 되고 있는 옐로스톤을 비롯해서 요세미티·로키·글레이셔 국립공원 등 미국은 자연 보호와 함께 야생동물에겐 천국으로 자리잡았다. 1872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현재 59개의 국립공원, 그리고 내셔널모뉴먼트ㆍ사적지ㆍ보호구역 등 '내셔널'이란 이름표가 붙은 곳만 모두 409곳, 대개 한 해동안 전 세계에서 3억 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는다. 국립공원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언젠가 국립공원으로 승격될지도 모를 내셔널모뉴먼트가 전국에 117군데나 된다. 이 중 78곳은 국립공원국이 관리하고, 나머지는 국립 산림국, 공유지 관리국, 야생동물국이 관리한다. 찾는 이들이 늘고, 보존 가치가 높아지면 의회의 승인을 거쳐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 그래서 '준국립공원'으로도 불리는 내셔널모뉴먼트로 길을 잡아보자. 서부의 준국립공원을 소개한다. 숨겨진 보석이 따로 없다. ◆캐년 드 셰이, 애리조나 애리조나주 북쪽에 자리잡은 캐년 드 셰이 내셔널모뉴먼트(Canyon de Chelly National Monument)는 북미에서 연속된 것으로는 가장 긴 원주민 주거지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 일대는 거의 5000년간 나바호 원주민의 터전이었다. 수천 년 전 그들이 세운 협곡의 절벽 주거지를 통해서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외에도 암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노스 림과 일곱 개의 협곡 전망대가 압권인 사우스 림은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특히, 800피트에 이르는 두 개의 사암 기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스파이더 록(Spider Rock)은 놓쳐서는 안될 이곳의 명물이다. ◆데블스 타워, 와이오밍 드넓은 들판에 생경하게 우뚝 솟은 이곳은 스티븐 스필버거 감독의 1977년작 '클로스 인카운터'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와이오밍주의 보석이다. 원주민 샤이엔과 크로족의 성지였던 이 데블스 타워 내셔널모뉴먼트(Devil's Tower National Monument)는 최초의 모뉴먼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1300피트 높이의 이곳은 6000만 년 전 화산 폭발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화산이 폭발하고 나서 분출되지 못하고 화도 속에 남아있던 마그마가 식어서 굳어진 것이 5000만 년에 걸쳐 주변 지형이 침식과 풍화로 깎여나가자 지상에 드러난 것이다. ◆그랜드 스테어케이스, 유타 넓이가 무려 190만 에이커에 달하는 지역이 거대한 계단 형태를 띠는 퇴적암 지층으로 이뤄져 있어서 이런 이름(Grand Staircase National Monument)이 붙었다.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 그리고 그랜트 캐년을 잇는 지역으로 델라웨어주보다 넓다. 캐년과 언덕, 폭포, 숲 등 다양한 경치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인근의 국립공원에 밀려 한적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겠다.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 워싱턴 1980년 거의 40억 입방 야드에 이르는 산정부가 화산폭발로 인해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거의 230스퀘어 마일에 달하는 숲이 화산재와 진흙에 묻혀버렸다. 태평양 북서부의 거의 모든 지역에 영향을 미친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 내셔널모뉴먼트(Mount St. Helens National Monument)는 북미에서 가장 불안정한 산으로 꼽힌다. 존스턴 릿지 전망대와 블로우 다운 포리스트, 스피릿 호수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산이 아이러니할 정도로 아름답다. ◆데블스 포스트파일, 캘리포니아 '악마의 기둥'(Devil's Postpile N.M.)으로 불리는 주상절리가 유명한 이곳은 맘모스 스키장 뒤쪽 인요 국유림에 자리하고 있다. 생성연대는 측정방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10만년 전에서 70만년 전으로 추정한다. 수십만년 동안 하나 둘씩 떨어져 나온 정교한 다각형의 기둥들이 발치까지 나둥그러져 있다. 평균 직경 2피트에 길이 60피트에 이르는 기둥들이 거대한 성곽처럼 하늘로 솟아 장관을 이루고 있다. 대개 겨울 폭풍우가 시작되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6월까지 문을 닫는다. ◆존 데이 파실 베즈, 오리건 코끼리, 호랑이, 코뿔소 등을 이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 4500만 년 전 화석으로 말이다. 존 데이 강변에 위치한 이곳(John Day Fossil Beds National Monument)은 식물과 포유류 화석의 분포가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2005년 문을 연 공원 내 '토머스 콘돈 고생물학 센터'에서는 500여 점의 세계적인 화석들을 전시하고 있으니,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창 너머로 연구원들이 화석을 연구하는 모습도 볼 수도 있다. ◆뮤어 우즈,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너 북쪽으로 10마일만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이곳(Muir Woods National Monument)은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축소판 같은 곳이다.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마지막 부분에서 챔팬지들이 탈출하여 숲으로 들어가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높고 곧게 뻗은 레드우드숲 속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다다를 수 있는 2570피트의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만과 오클랜드 일대의 전경이 일품이다. ◆애드미럴티 아일랜드, 알래스카 짙은 초록색 밀림, 계류를 거스르는 연어, 거친 해안선, 그리고 그리즐리로 불리는 갈색곰 무리들,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Admiralty Island National Monument)이다. 이 섬의 북쪽 해안인 팩 크릭(Pack Creek)은 안전한 거리에서 곰을 볼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는데, 주도인 주노(Juneau)에서 불과 서쪽으로 15마일 거리다. 보트나 수상비행기로 가 닿을 수 있다. [사진=해당 주 관광국] 백종춘 객원기자

2018-11-22

섬나라 세이셸…'죽기 전에 가봐야 할' 인도양의 천국

아프리카 케냐 동쪽 930여 마일 인도양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나라 세이셸(Republic of Seychelles), 나라 이름 대신에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고 불러도 좋을 곳이다. 영국 윌리엄 왕자 부부가 신혼여행을 가고, 축구스타 베컴 부부가 결혼 10주년 여행지로 선택한 곳,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가족 휴양지로 이곳을 찾았다. 영국 BBC 방송 선정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천국', 여행 전문지 '트래블러'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해변' 1위…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할까. 세이셸로 간다. 모두 115개의 섬으로 구성된 세이셸은 전체 면적이 455㎢로 서울의 4분의 3에 불과하다. 인구도 9만으로 적은 데다 원주민 대부분이 중심 섬인 마헤에 모여 살다 보니 나머지 외딴 섬 10여 개가 한두 개씩의 리조트만 들어선 리조트 아일랜드로 개발됐다. 그 가운데 33개는 아직도 무인도이다. 세월만이 어루만졌을 해변에는 부서지고 부서진 산호조각들이 백사장을 이루고 있다. 어디를 가도 그림엽서에 나올 법한 풍경이다. 1500년까지만 해도 이곳은 진짜 무인도였다. 1502년 포르투갈 탐험가 바스크 다 가마 일행들에 의해 발견된 뒤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를 거쳐 1976년 독립했다.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크레올이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럽인들이 개척한 나라답게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춰 있고, 국민소득도 1만 달러를 넘는다. 수도는 빅토리아다.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인도식 화폐인 루피를 쓴다. 주변의 다른 섬 나라들로 남쪽에 모리셔스, 레위니옹(프랑스령), 남서쪽에 코모로, 마요트(프랑스령), 북동쪽에 수바디브, 몰디브 등이 있다. 최대의 섬 마헤(Mahe)를 위주로 화강암으로 구성된 섬들에 대부분의 인구가 몰려 있다. 특히 수도인 빅토리아가 위치해 있는 마헤 섬에는 인구의 80%가 거주하고 있다. 외곽의 섬들은 소규모의 산호섬이다. 인구 2만7000명의 초미니 수도 빅토리아에서는 매년 세계 각국 문화사절단이 참여하는 세이셸 인터내셔널 카니발이 열린다. 빅토리아 다운타운은 길거리를 다니는 현지인의 얼굴이 검을 뿐 남유럽이나 남미의 작은 도시 같다. 모든 섬의 어느 거리를 찾아가도 늘 깨끗하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프라슬린섬,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무대였던 라디그섬 등에 대중형 리조트가 많이 생겼다. 르메르디앙, 포시즌, 힐튼, 콘스탄스 등 세이셸의 고급 리조트에는 유럽의 품격이 흐른다. 아시안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미국인도 많지 않아서 영어보다 유러피언 커플의 프랑스어·독일어·이탈리아어 대화가 많이 들린다. 밤이면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재즈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이어진다.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바라면 작은 섬 하나를 통째로 쓰는 리조트가 기다린다. 인도양 최고의 골프코스인 르무리아 리조트에서 골프샷을 날리고, 원시 동식물과 벗하며 해발 920m 몬셰이셸로아산 정상까지 트레킹할 수도 있고, 스킨스쿠버다이빙, 바다낚시 등 해양에서 즐기는 모든 레포츠는 최고급으로 즐길 수 있다. 백종춘 객원기자

2018-08-16

오스트리아 아트 투어…클림트 서거 100년, 황금빛 '키스'의 도시 빈을 거닐다

오스트리아 빈은 역사적인 건축물과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빼곡한 도시다. 오늘날의 빈을 이루는 많은 문화유산은 1900년 전후 한꺼번에 탄생했다. 윗세대와 단절을 선언한 '분리파' 예술가들이 혁신적인 예술활동을 펼친 '빈 모더니즘' 시기였다. 화가 구스타브 클림트(1862~1918)와 에곤 쉴레(1890~1918), 디자이너 콜로만 모저(1868~1918)와 건축가 오토 바그너(1841~1918)는 19세기 말 빈을 전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만들어 놓고 우연히 같은 해 세상을 떠났다. 오스트리아는 빈 모더니즘 선구자들의 서거 100주년인 올해를 '빈 모더니즘 100주년'으로 기리고 있다. 빈에서 그들의 유산을 만나고 왔다. 클림트를 만나는 도시 빈의 명소들은 빈 중심가를 한 바퀴 도는 순환도로 주변에 모여 있다. 1848년 즉위한 합스부르크 왕국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자신이 세운 신작로 '링도로'를 따라 화려한 건축물을 세우는 데 열을 올렸다. 고딕·바로크·르네상스 등 과거의 건축양식을 총동원했다. 그 시절 빈을 지배하던 '과거로부터 배운다'는 '역사주의' 철학에 입각한 구호였다. 역사주의에 반기를 든 예술가 집단이 구스타브 클림트를 좌장으로 한 '분리파'다. 1897년 결성된 분리파는 새로운 예술 '아르누보(Art Nouveau)'를 고민했다. 역사주의와 분리파 예술이 서로 끌어안고 있는 빈은 그래서 겉과 속이 달라 보인다. 으리으리한 역사주의 건축물 내부로 들어서면, 역사주의와 단절을 외친 분리파 예술가들의 작품이 채워져 있다. 링도로 남쪽을 걷다 보니 이슬람 사원 같은 건물이 나타났다. 분리파의 성전과 같은 미술관 '제체시온' 이다. 클림트는 '예술만이 인간을 구원한다'고 했던 베토벤을 분리파의 정신적 지주로 삼았다. 그리고 1902년 제체시온에서 열린 전시회 때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악장별로 재해석한 벽화 '베토벤 프리즈'를 공개했다. 첫 공개 당시 작곡가 말러가 지휘한 '합창'의 마지막 악장 '환희의 송가' 연주가 제체시온에 울려 퍼졌다고 한다. 입장료 9.5유로(약 11달러). 클림트를 더 깊이 만나려면 근현대미술 전시관으로 변모한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해야 한다. 궁전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클림트의 '키스'였다. 벨베데레는 '키스' 외에도 '유디트' '아담과 이브' 등 클림트의 주요 작품 24점을 소장하고 있다. 하나같이 여성의 감수성과 내적 욕망을 파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엄숙하고 근엄한 역사주의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입장료 15유로(약 17달러). 박물관 거리 '무제움스 큐바르티어(MQ)' 한편에 '레오폴트' 박물관이 있다. 11월 4일까지 에곤 쉴레 특별전을 연다. 에곤 쉴레도 클림트의 영향을 받아 성적 욕망의 표현들이 강렬하다. 대표작 '발리의 초상'과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은 오랜 뮤즈였던 소녀 발리와 자신을 그린 그림이다. 입장료 13유로(약 15달러). 일상에서 만나는 예술 빈 모더니즘의 실체를 '오스트리아응용미술관(MAK)'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클림트가 다닌 '빈 공예학교' 바로 옆 건물이다. 디자이너 콜로만 모저와 건축가 요제프 호프만이 주도해 19세기 말 유럽의 공예문화를 혁신했던 '빈 공방'의 컬렉션으로 가득하다. 클림트의 자필 메모가 선명한 벽화 '생명의 나무'의 도면도 전시돼 있다. '생명의 나무'는 빈 공방이 건축과 인테리어를 맡은 브뤼셀의 슈토클레트 저택에 그린 벽화다. 20세기 디자인의 아이콘 중 하나인 '토넷의자'도 MAK의 주요 소장품이다. 토넷의자는 빈의 가구업자 '미카엘 토넷'이 나무를 구부리는 '벤트 우드(Bent Wood)'기법을 적용한 최초의 대량생산 가구다. 토넷의자의 심플한 형태는 근대 디자인의 상징이 됐다. 온갖 토넷의자를 모아 그림자극처럼 연출한 전시 방식도 흥미로웠다. 입장료 12유로(약 13.60달러). 빈 모더니즘을 이끈 또 한 명의 예술가 오토 바그너의 숨결은 빈 곳곳에 흐르고 있다. 빈을 여행하다 보면, 왕족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예술을 추구했던 바그너의 공공건축을 결코 피해갈 수 없다. '칼 플라츠역' 등 30여 개 전철역사와 '우편저축은행' '암 슈타인호프 교회' 등에 바그너의 이념이 깃들어 있다. 요한 스트라우스, 슈베르트 등 음악가의 동상이 한데 모인 시민 공원 슈타트파르크에도 그의 손길이 미쳤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개천의 수변 공간을 우아하게 디자인한 건축가가 바그너다.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위대한 음악가를 만나러 가는 공원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 시민 속으로, 일상으로 파고들었던 예술 운동 '빈 모더니즘'은 멀리 있지 않았다. 빈(오스트리아)= 유주현 객원기자 ◆빈 모더니즘 1900년 전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어난 다원적인 전위예술 운동. 650년을 이어온 합스부르크 체제가 저물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과정에 문학·미술·건축·공예 등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연대해 빈을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시민 계층이 주도해 왕가와 귀족 중심의 권위주의 예술 탈피를 선언한 문화 현상이다.

2018-08-16

OUE 스카이스페이스…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LA뷰와 만나다

오픈 한지 2년. US뱅크타워 전망대 'OUE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 LA)'가 LA관광의 핫스팟으로 떠오르고 있다. 처음 유명세를 탄 것은 유리로 된 슬라이드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카이스페이스가 꾸준한 인기를 끌며 LA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슬라이드 때문이 아니다. '스카이스페이스'안에 'LA'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13년 넘게 LA에 살면서 그리피스천문대와 다운타운에 있는 웨스틴 보나벤처 호텔 등에서도 LA를 뷰를 봤었지만 스카이스페이스에서의 뷰는 또 다른 차원이다. 스카이스페이스의 니콜 캔디프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는 "여름시즌에는 하루평균 방문객 수만 1000~1500명 정도다. 비시즌에도 평균 500~800명 정도가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스카이스페이스를 찾아 LA의 뷰를 담아봤다. 글=오수연 기자·사진=김상진 기자 ◆아찔한 유리 슬라이드 사실 방문해 보기 전까지는 유리 슬라이드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던 게 사실이다. 슬라이드는 70층에서 69층으로 이어지는 4피트 너비에 45피트 길이의 투명 미끄럼틀이다. 유리 두께는 1.25인치다. 문제는 이 슬라이드가 건물 외벽에 설치되어 있다는 데 있다. 보는 것만으로 아찔하다. 하지만 타고나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기대 만큼 스릴이 있지는 않다. 타기 전에는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탈 때의 두려움과 설렘과 같지만 타고나면 '이게 뭐였지' 싶다. 너무도 순식간이어서 스릴을 느낄 시간 조차 없기 때문이다. ◆LA를 한눈에 여러 번 본 LA의 뷰인데 새삼 다르게 보인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멋진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LA 뷰를 좀 봤다는 이들조차 이곳 뷰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전망대는 360도로 LA를 감상 할 수 있다. 또한 전망대 양쪽은 야외 테라스로 되어 있어서 뷰만이 아니라 고층에서 부는 아찔한 바람도 느껴 볼 수 있다.(물론 테라스는 야외지만 안전을 위해 투명 유리로 둘러싸여 있다.) 또 유리에는 천사 날개가 그려져 있어 인스타그램의 핫스팟으로 인기다. 니콜 캔디프 스페셜리스트는 뷰를 보는 최적의 시간으로 해넘이 시간을 꼽았다. 그는 "석양과 LA에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는 광경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고 전했다. 테라스와 전망대 곳곳에는 편안한 소파와 의자들이 놓여져 있어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여유롭게 전망을 즐길 수 있다. ◆LA관광의 스타팅 스팟 LA를 찾은 관광객에게는 이곳은 첫 번째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LA의 명소를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다. 전망대 내에는 여러 개의 디지털 스크린이 부착되어 있는데 스크린마다 보는 뷰에 있는 관광명소가 사진과 함께 표시되어 있다. 예로, 천문대를 볼 수 있는 뷰에 위치한 스크린에서 천문대 사진을 터치하면 천문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곳에서 촬영된 영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그리피스 천문대의 경우 최근 몇년 사이 LA관광지도를 바꿔 놓은 '라라랜드' 영상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이곳에서 LA인근에 있는 관광지를 확인하고 관광을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망대로 가기 전 54층 전망대에 가기 전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곳이 있다. 바로 54층이다. 이곳은 모션그래픽과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한 '인터랙티브 테크놀로지' 공간이다. 크로마키 스크린을 이용해 70층 높이에 있는 듯한 합성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양쪽으로 파노라마식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는데 LA의 24시간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지고 불이 켜지는 야경까지 LA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추가된 공간도 있다. 영화와 음악, 스포츠 등을 테마로 LA만의 특징을 설명해 주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54층 관람이 끝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70층 전망대로 올라가면 된다. ◆스카이스페이스 방문 '팁' 전망대는 US뱅크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US뱅크 건물에 주차를 하게 되면 우선 1층 로비가 있는 곳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후 건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건물 오른쪽 야외 계단으로 올라 가면 매표소가 위치하고 있다. 그곳에서 표를 구입한 후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54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예약은 필요없다. 입구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1인당 25달러이며 슬라이드를 타려면 8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주차비는 밸리데이션을 받아오면 시간에 상관없이 8달러다. 전망대에는 라운지가 있다. 주류와 간단한 식사를 판매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oue-skyspace.com) 참고. ▶주소: 633 W. 5th St., LA

2018-08-09

대자연 품은 힐링 도시…캐나다 밴쿠버

쪽빛 바다와 초록의 원시림, 좁은 해협 위로 걸린 다리가 경쾌하다. 현대적인 도심 뒤로 우뚝 솟은 시모어산과 그 형제들(?)이 웅자를 뽐내고 있다. 산과 시가지의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수상 비행기가 물을 차고 오른다. 이곳은 캐나다 밴쿠버 스탠리파크다. 여의도 면적의 1.5배나 되는 캐나다 최고의 도심 공원인 스탠리파크는 수만 년된 원시림과 그 사이로 난 산책로 길이만 50마일에 이르는 밴쿠버의 자랑거리다. 연간 방문객만 800만 명에 이른다. 조지아 해협 위로 걸린 라이언스게이트브리지는 캐나다에서 가장 긴 다리로 다운타운과 노스 밴쿠버를 이어주는 관문이다. 다리 아래로 거대한 크루즈선이 유유히 지난다. 수족관, 토템폴 공원 등 그 자체로도 명소이지만 정상부에 위치한 프로스펙트 포인트에서 바라다 보이는 파노라마가 압권이다. 다운타운이 건너다 보이는 할렐루야 포인트는 지난해 한국의 걸그룹 '트와이스'가 신곡 뮤직비디오를 찍은 곳이기도 하다. 산책로 곳곳에는 1800년대 후반에 벌목된 나무 그루터기가 남아 있는데, 이 그루터기 속 공간에 씨앗들이 날아들어 새로운 나무로 자라난다. 밴쿠버 사람들은 그래서 이 그루터기를 '간호사 그루터기(Nurse Stump)'라 부른다. 18세기 말 캐나다 서해안을 탐사했던 탐험가인 조지 밴쿠버의 이름을 딴 밴쿠버는 도시의 편리함과 자연의 편안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도심에서 30분 이내 거리 어디서든 숲과 호수, 산과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면서도 스탠리파크나 잉글리시베이, 그라우스 산, 캐필라노협곡 등의 대자연을 품고 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자연의 품으로 달려들어 지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이곳에서 라이언스게이트브리지를 건너 10분만 달려가면 세계 최대의 흔들다리인 캐필라노다리를 만난다. 캐필라노강 위를 가로지르는 캐필라노브리지는 길이 446피트(135미터)의 다리로 1889년 완공됐다. 강철 와이어 몸체에 삼나무를 깔아 만든 이 다리는 폭이 좁아서 한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출렁거려서 간담이 서늘해진다. 230피트(70미터) 아래로 지나는 강과 주변의 경치가 일품이어서 매년 80만명이 다녀가는 인기 관광명소다. 좁은 길로 절벽 위를 걷는 '클리프 워크' 역시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밴쿠버의 유명세에 가려진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주도 빅토리아는 페리로 두 시간이면 가 닿는다. 영국보다 더 영국적인 곳으로 알려진 빅토리아는 1897년에 세워진 주의사당을 비롯해서 빅토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인 부차드 가든이 자리하고 있다. 캐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온화한 날씨를 가진 정원 도시라는 애칭에 걸맞게 사철 화사한 꽃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총면적 20만평에 달하는 이 정원은 부차드라는 사람이 자신의 석회암 채석장을 그의 부인과 함께 세계 여러 곳에서 수집한 나무와 꽃으로 꾸미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른 곳이다. 주의사당 근처의 빅토리아 하버 주변에는 다양한 브랜드샵과 기념품점이 손님을 기다린다. 해질녘이면 근사한 석양을 만날 수도 있다. 이곳에서부터 차이나타운까지는 걷기에도 좋다. 1994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전 급속히 늘어난 홍콩 이민자들이 이곳에도 몰려들었다. 차이나타운 가는 길목에는 또 다른 샤핑 포인트, 마켓스퀘어도 들러볼 만하다. 백종춘 객원기자

2018-08-09

여름, 비수기의 팜스프링스 쿨한 가격에 핫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여름시즌이면 라스베이거스 대신 팜스프링스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더운 여름 더 더운 팜스프링스로 왜 여행을 가나 싶지만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에게는 저비용에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코스로 이만한 곳이 없다. 특히 수영장 시설을 잘 갖춘 리조트들은 시즌에 상관없이 가족여행객들로 북적이는 편이다. 라크라센터에 사는 이은정씨는 여름이면 2박 3일 정도로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편이지만 올해는 팜스프링스로 가족여행지를 정했다. 이씨는 "올해는 1박 2일뿐이 시간이 안되다 보니 오가는 시간도 절약할 겸 팜스프링스에 가기로 결정했다"며 "게다가 검색을 해보니 고급 리조트 숙박요금이 여름시즌에는 낮아져서 아주 저렴한 비용에 가족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팜스프링스 지역은 한인에게는 겨울시즌 온천욕과 아웃렛 나들이 때론 한국가수들의 콘서트를 위해 찾는 정도다. 하지만 팜스프링스는 알고나며 더 재미있는 여행지다. 또 다른 매력을 찾아 지난 7월 팜스프링스 이곳저곳을 쏘다녀(?) 봤다. ◆저렴한 숙박료 팜스프링스 성수기는 11월에서 4월 까지다. 더위 때문에 여름시즌은 비수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족단위와 단체여행객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저렴한 숙박요금 때문이다. 팜스프링스 여행 동안 머물렀던 웨스틴 미션힐스 골프 리조트&스파 역시 비수기인 여름에도 주말에는 65~70%까지 객실이 찬다. 여행경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숙박요금이 반값까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소 모텔 숙박요금이면 고급 리조트 룸도 잡을 수 있다. 이때만큼은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해당되지 않는다.웨스틴미션의 숙박료는 7월과 8월 기준 100달러 초반 대다. 리조트 관계자에 따르면 피크시즌(2월)에는 399달러까지 올라가지만 여름에는 최저 99달러까지 떨어진다. 다른 고급 리조트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겨울 300~400달러를 호가하던 요금이 여름에는 100달러대에서 머문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에 유명 골프코스도 즐길 수 있다. 골프 라운딩 역시 반값 이하로 떨어진다. 사실 여름 한낮에 팜스프링스 지역에서 골프를 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새벽시간을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골프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 위한 리조트 풀장 어린자녀가 있는 가족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단연 수영장이다.웨스틴미션의 경우도 3개의 풀장을 갖추고 있는데 워터슬라이드를 갖춘 패밀리 풀장(Las Brisas)과 어린이들이 없는 성인풀장(Las Hadas),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풀장(La Paloma) 등이다. 특히 매주 토요일이면 해가 진 후 패밀리 풀장에서 영화상영 이벤트를 벌인다. 대형스크린이 설치되기 때문에 비치의자에 누워 또는 수영을 즐기며 시원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US뉴스에 따르면 '하얏트 리전시 인디언 웰스 리조트&스파' '옴니 랜초 라스팔마스 리조트&스파' '파커 팜스프링스스' '리치 칼턴 랜초미라지' 'JW 매리엇데저트스프링스 리조트&스파' 그리고 '웨스틴미션힐스 골프 리조트&스파' 등이 팜스프링스 지역 베스트 수영장 시설을 갖춘 리조트로 꼽힌다. ◆팜스프링스 다운타운 평소 아웃렛이나 온천에만 다녀왔다면 팜스프링스 다운타운에 꼭 들려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길게 뻗어있는'레트로(retro)' 스타일의 거리로 다양한 맛집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집은 1958년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전통 멕시칸 레스토랑 '라스 카수엘라스 테라자(Las casuelas terraza)'. 더운 날씨였는데도 이 식당만큼은 야외 패티오에 손님이 꽉 차 있다. 음식을 먹는 동안 밴드가 나와 신나는 멕시코 음악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스테이크하우스 'LG's 프라임'과 프로즌 요거트점 '투티 프루티(Tutti Frutti)'가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팜스프링스 다운타운에는 아트 뮤지엄이 자리하고 있다. 시원하게 1~2시간에 천천히 돌아보기 좋다. 특히 듀안 핸슨의 조각 작품 '올드 커플(old couple)'은 실제 사람인지 조각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어 관람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뮤지엄은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오픈한다. 여름시즌(5월 31일~9월 2일)에는 월요일에도 문을 열지 않는다. 매주 목요일에는 정오부터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성인 입장료는 12달러다. ◆팜스프링스 트램 팜스프링스의 명소로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트램(Tram)'이다. 더운 여름에도 산정상에 올라가면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여름시즌(5월26일~9월1일) 트랩운행시간은 월~목요일은 오전 10시부터, 금~일요일은 오전 8시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올라가는 마지막 트램은 요일에 따라 오후 8시~9시다. 티켓 가격은 성인 25.95달러, 어린이(3-10세) 16.95달러다. 오후 4시 이후에는 트램과 산 정상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콤보티켓을 판매한다. 성인 36달러, 어린이 23.50달러다. ▶주소: One Tram Way, Palm Springs   ※웨스틴 미션힐스 골프 리조트 365에이커의 부지에 16개동 512개의 룸을 보유하고 있는 휴양 리조트다. 이름에 '골프'라는 이름이 삽입되어 있을 정도로 골프코스에 공을 들였다. 리조트는 2개의 챔피언십 골프 코스 '피트 다이'와 '개리 플레이어 시그니처' 코스를 구비하고 있는데 LPGA 큐(Q)스쿨과 아마추어골프협회 챔피언십이 개최되기도 한다. 여름시즌 라운딩 가격은 45달러로 시즌(110달러)에 반값도 안 된다. 또 패키지 상품으로 2박을 숙박할 경우 2회 무료 라운딩 티켓을 받을 수 있다. 클리닉도 운영한다. 25달러를 지불하면 45분간 골프 레슨을 받을 수 있다. 리조트내 7개의 테니스장 역시 프로수준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또한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아케이드와 키즈센터를 두고 있다. 객실 이용객들에게 무료 자전거 렌털을 해주고 주말이면 패밀리 낚시 이벤트와 영화 상영 이벤트 등을 벌인다. 리조트내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핀지미니(Pinzimini)는 다양한 메뉴와 함께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제공한다. 봄과 가을에는 토요일 밤 재즈 콘서트 시리즈를 진행해 또 다른 재미를 더한다.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www.westinmissionhills.com) 참고.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oh.sooyeon@koreadaily.com

2018-08-02

무더위를 식혀주는 바닷가 나들이

황금빛 모래사장, 수평선엔 뭉게구름, 파도를 즐기는 아이들 웃음소리. 가까운 거리에 아이스크림 가게라도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일상에 지친 어른들 모두에게 좋을 바닷가 마을 나들이를 나서 보자. 이곳에선 시간도 더디갈 터. 설사 당장 달려갈 처지가 아니더라도 생각만으로 즐거울 전국의 인기있는 비치 타운을 찾아본다. ◆라호야, 캘리포니아 눈부신 모래해변, 해산물 식당과 예쁜 상점과 카페들, 아트 갤러리들…. 샌디에이고에서 북쪽으로 20분 거리에 자리한 이곳은 이름 그대로 보석이나 다름 없다. 서핑과 스노클링, 모닥불도 즐길 수 있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도 있다. 카약이나 패들보드를 즐길 수도 있다. 바닷속에서라면 자리돔의 일종인 주황색 가리발디나 물지 않는 레오파드 상어, 물개와 바다사자들과도 어울릴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때에는 출항을 앞둔 군인들이, 이후에는 그레고리 펙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묵었던 지중해풍의 라 발렌시아 호텔같은 건물들도 인상적이다. ◆싱코티그, 버지니아 애사티크섬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곳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야생마들로 유명하다. 매년 7월 열리는 조랑말 수영대회를 보러 관광객들이 몰린다. 역사를 자랑하는 작은 호텔들과 캠프장, 레스토랑, 아이스크림 가게, 미니 골프장들이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케이프 메이, 뉴저지 120여 마일에 걸친 뉴저지주 해안마을인 이곳은 율리시즈 그랜트와 벤자민 해리슨 같은 미국 대통령이 들렀던 곳으로 미국 최초의 해안 리조트로 꼽힌다. 600여 채에 이르는 미국 최대의 빅토리아 양식 건축물 밀집 지역으로 마을 전체가 국립 문화재 지구로 지정됐다. 18세기 해적과 밀수업자들이 많이 찾았던 곳으로 그들의 보물이 묻혀 있다는 소문도 자자하다. 맹금류를 비롯한 다양한 철새들의 이동을 관찰하는 조류 애호가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프라이데이 하버, 워싱턴 워싱턴 주의 북서쪽 캐나다와의 국경에 연해 있는 다도해의 섬들을 일컫는 샌후안 제도의 한 곳에 자리한 항구마을이다. 이 다도해에 만조가 되면 섬이 무려 450여 개나 되지만 이중에서 15개의 섬에만 정기 연락선인 카페리가 운항한다. 이중 가장 큰 섬인 샌후안섬의 관문인 프라이데이 하버는 이름처럼 여유로움을 안겨준다. 여러 섬들에 둘러싸인 앞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해서 카약을 즐기거나 이곳을 찾는 고래들을 관찰하기에도 좋다. ◆카멜 바이 더 시, 캘리포니아 흔히 카멜로 불리는 이곳은 한 때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을 지냈던 곳으로 하얀 백사장과 목가적인 풍광으로 유명하다. 바람에 휘어진 사이프리스가 주변에 둘러쳐 있는 카멜 비치와 절벽 위에 자리한 독특한 오두막은 근사한 전망을 자랑한다. 갤러리들이 즐비하게 자리한 타운은 다채로운 역사와 현대적인 풍성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날레이, 하와이 호놀룰루가 자리한 오아후섬 동쪽 카우아이섬 북쪽에 자리한 하나레이 베이는 이 섬은 물론 하와이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알려진 곳. 약 2마일에 이르는 황금빛 모래사장과 바닷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에머랄드 빛 바다를 반도가 초승달 모양으로 감싸 안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하날레이 베이'의 무대이기도 한 이곳은 보트와 요트들이 마치 호수 위의 백조들처럼 유유히 떠다니는 풍광을 선사한다. ◆베로 비치, 플로리다 평온한 청록색 물결이 넘실대는 대서양과 인디언 강 석호로 둘러싸인 인디언 리버 카운티에 자리한 베로비치를 2014년 USA투데이는 미국 최고의 해변 여행지 중 한 곳으로 꼽기도 했다.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기후가 온난하여 겨울에 포근하고 여름이 선선한 이 지역은 저층 건물 중심의 독특한 환경, 인정 넘치는 소박한 분위기 덕분에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모으는 곳이다.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즐길수도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붉은바다거북 보호구역에서 갓 부화한 새끼 거북이들이 바다로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도 있다. ◆롱비치,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단지 1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맨해튼에서 당일 나들이로 최적의 위치다. 영화 '대부'에서 마피아의 소굴로 그려졌던 이곳은 이제는 범죄와는 거리가 먼 아름다운 해변 마을로 자리잡았다. 자동차, 기차, 트롤리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3면이 바다여서 탁 트인 하늘과 바다가 인상적인 곳이다. 멋진 백사장과 맛집 등이 즐비해서 가족 나들이에 좋겠다. 백종춘 객원기자

2018-08-02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서나 볼 수는 없는 별

어디나 있지만, 어디서나 볼 수 없다. 별이다. 별은 이제 추억 속에 있다. 한밤중 고개만 들면 볼 수 있었던 별들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심을 벗어나 한참을 운전해 가야 별을 좀이나마 감상할 수 있다. 지난 14일 트로나 피나클(Trona Pinnacles)로 차를 몰았다. 은하수를 보기 위해서다. 별 사진을 찍기 위해 6차례나 트로나를 방문했다는 한상우 사진작가는 "남가주에서는 별을 찍는 스팟으로 트로나 피나클이 최적의 장소"라고 강조했다. LA한인타운에서 160여 마일 차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트로나 피나클은 별 촬영 스팟 뿐 아니라 외계 행성처럼 생긴 특이한 지형 때문에 SF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실제 '혹성탈출' '스타트렉'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트로나 피나클과의 첫 만남 달이 기울어 초승달이 뜨던 14일 오후 5시쯤, 4시간여를 달려 트로나 피나클에 도착했다. 차 문을 열자 뜨거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자동차 계기판에 찍힌 온도를 확인하니 화씨 120도다. 뜨거운 찜질방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이랄까. 숨이 턱 막혀와 오래 견디지 못하고 다시 에어컨이 있는 차로 들어갔다. 데스밸리 문턱에 있는 트로나 피나클은 여름에는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저 별을 보기 위해 해가 질쯤 느지막히 도착해 아침 일찍 떠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여름시즌 트로나에 일찍 도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지는 광경을 보고 캠핑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정도만 남겨 놓고 도착하면 된다. 요즘은 해가 8시 반쯤 지니 6시~7시 사이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더위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트로나 피나클을 찾는 이유는 특이한 지형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셜즈 레이크(Searles Lake)가 지각변동과 기후 변화로 마르면서 호수의 바닥에 있던 지형이 드러나 생긴 지형이다.투파(Tufa·석회석 기둥)로 된 500개의 봉오리(기둥)가 있고 높은 봉오리들은 140피트에 달한다. 어찌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진을 찍어 놓으면 정말 신비로운 분위기의 멋진 컷이 탄생한다. 별이 빛나는 밤 오후 9시, 저녁을 먹고 나니 해가 졌다. 트레일러 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깔려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이다. 라이트가 없으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눈이 조금 어둠에 익숙해 지고 별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하늘을 뒤덮었다. 달은 언제 금세라도 사라질 것처럼 가늘게 떠 있다. 그리고 남쪽 방향으로 은하수가 길게 자리를 잡았다. 또렷하게 은하수를 봤던 게 언제인가 싶다. 20여 년 전 친구들과 강원도 산골짜기로 놀러갔을 때 이후로 처음인 듯하다. 역시 별은 추억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혹시나 스마트폰으로 별을 담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세팅을 바꿔가며 찍어봤지만 역시 별 사진은 역부족이다. 오후 10시. 트레일러에서 조금 멀찍하게 자리를 잡았다. 바람이 세차다. 바다 한복판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다. 얼마나 바람이 끊임없이 부는지 바로 얼굴 앞에 선풍기를 고정시켜 놓고 강풍으로 틀어놓은 느낌과도 비슷하다. 물론 여전히 바람은 뜨끈하다. 밤인데도 화씨 90도를 웃돈다. 함께 있던 일행이 들어가고 홀로 앉았다. 그 어둠속에 혼자 남았는데 다가오는 것은 두려움이 아닌 자유다. 사람들이 트로나 피나클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별을 사진에 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한상우 사진작가는 LA인근에서 별을 잘 볼 수 있는 스팟으로 조슈아 트리 보다는 트로나 피나클을 더 우위에 꼽는다. 한작가는 "프리웨이 10번 북쪽에 있는 조슈아 트리에서는 남쪽의 은하수를 찍어야 하는데 팜스프링스에서 발생하는 광공해로 인해 빛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이 곳 역시 멀리 떨어져 있는 바스토어에서 들어오는 광공해 불빛이 있긴 하지만 조슈아 보다는 덜 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별을 찍으러 갈 때는 먼저 달의 기울기도 확인해 봐야 한다. 달빛이 약한 초승달이나 그믐달이 뜰 때 가야 별을 제대로 찍을 수 있다. 시간도 체크해야 한다. 해가 지면 은하수를 볼 수 있지만 예쁘게 은하수가 수직으로 서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한씨에 따르면 7월에는 새벽 1시 정도에 4~5월에는 새벽 2시 반에서 3시 사이다. 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세팅도 달리해야 한다. 우선 삼각대가 있어야 하고 ISO 감도는 2400~5000 사이, 노출시간은 10~15초 사이가 적당하다는 게 한 작가의 설명이다. 트로나 길의 또 다른 즐거움 트로나로 오가는 길은 힐링이었다. 어느 순간 길 위에 자동차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앞뒤로 자동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진정한 드라이브의 시작이다. 395번에서 바로 트로나 로드로 진입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저 멀리까지 보이는 쭉 뻗은 길을 홀로 달리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물론 트로나 피나클의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해서는 막판 비포장 도로가 주는 힘겨움은 감수해야 할 몫이다. 178번에서 트로나 피나클 로드를 만나면 우회전을 하게 되는데 바로 여기부터가 비포장 도로다. 거의 5마일 가까이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한다. 그래도 평평하게 잘 닦인 비포장도로 같지만 흔들림이 만만치 않다. 대부분이 SUV나 픽업트럭 등을 타고 오는 편이지만 종종 승용차로 들어오는 이들도 보인다. 이 경우 정말 천천히 운전해야 한다. 트로나의 편의시설 트로나에는 있는 게 없다. 다른 캠핑 장소처럼 생각하고 가면 안 된다. 테이블도 수도 시설도 아무것도 없다. 캠핑 사이트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냥 먼저 가서 텐트를 치면 그곳이 캠핑 사이트다. 시설이라고는 딱 하나 한 칸짜리 화장실이 전부다. 물론 휴지도 구비되어 있지 않다. 만약 화장실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면 화장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으면 좋다. 하지만 특이할 만한 것은 전화도 되고 인터넷도 터진다. 데스밸리만 해도 전화와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에 사고가 생겼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곳은 특이하게도 인터넷이 꽤나 잘 잡히는 편이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oh.sooyeon@koreadaily.com

2018-07-19

'아홉 마을 계곡'서 물의 비경을 만나다

낮에는 청색, 저녁에는 오렌지 등 다채로운 독특한 색을 보여준다. 낮의 파란색은 연두색·쪽빛·녹색·옥색·청색·남색을 넘어 코발드 블루, 인디언 블루, 아무튼 파란색으로 통칭되는 세상의 모든 파란색을 다 거느린다. 그래서 수십만 가지라고 부풀려지기도 한다. 구채구, 중국어 표기법으로 '주자이거우'라고 적는 이곳은 중국 최후의 비경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곳이다. 중국 대륙 서쪽 쓰촨성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장족(티베트족) 자치주 심심산중에 숨바꼭질이라도 하듯이 구채구가 박혀 있다. 구채구는 해발 7000~1만5000피트 사이의 산악지대인 민산산맥에 형성된 계곡이다. 험한 산줄기 깊숙한 안쪽으로 빙하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데, 어느 골에 머물러서는 호수가 되고 어느 벼랑에 이르러서는 폭포를 이루어 34마일 길이의 물길을 이룬다. 이 물길 언저리에 장족 마을 9개가 띄엄띄엄 들어서 있다 하여 이름이 구채구다. 이 계곡을 따라 자리한 연못이 무려 114개, 폭포 17개, 급류 11개가 있다. 구채구 입구 높이가 해발 7000피트가 조금 넘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 장해가 해발 1만1000~1만5000피트 고지대에 있다. 민산산맥에서 흘러나온 물이 폭포를 만들어 계단식 밭 위에 호수와 늪에 연결된다. 물은 투명하고, 산맥에서 흘러든 석회석 성분이 연못 아래 침전되어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준다. 구채구에 몰리는 이유는 물빛 때문이다. 구채구에 흐르는 물에는 300만 년 전 빙하 녹은 물이 그대로 고여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빙하 침전물에 탄산칼슘 성분이 있어 물에 잠긴 나무도 썩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고, 신비로운 색을 띨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오죽하면 중국인들이 '황산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의 물을 보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고 할까. 또, 이곳은 자이언트판다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1975년 어느 벌목공이 산을 헤매다 이 계곡에 발을 디딘 게 구채구가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가 됐다. 이 계곡에 살던 장족도 그때 비로소 구채구 바깥 세상, 다시 말해 한족과 처음 접촉을 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7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고, 유네스코도 92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했다. 지금 중국인이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구채구를 꼽은 이유도 구채구가 알려진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속속들이 비경으로 가득찬 구채구를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다. 두 발로 걸어서는 호수 서너 개도 못 본다. 그래서 구채구 입구에서 셔틀버스가 출발한다. 일단 계곡의 한쪽을 택해서 끝까지 가서 내린 다음 낙일랑 폭포까지 내려오면서 보고, 다시 반대편으로 올라가서 내려오는게 효율적이다. 어디든 볼만하지만 구채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장해, 작은 호수 안에서 다섯 가지 색깔을 볼 수 있다는 오채지, 호수는 하나인데, 다섯 송이 꽃이 핀 것처럼 현란한 오화해, 진주를 굴리는 듯한 소리를 내는 진주탄 폭포, 구채구에서 가장 큰 낙일랑 폭포, 높이 200피트로 장엄한 풍경을 연출하는 수정폭포, 호수가 군락을 이룬 수정군해는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백종춘 객원기자

2018-07-19

신명나는 우리춤에 '당뇨 떨어지고 체중 줄고'

우정의 종각·월드컵 등 각종 행사서 공연 선봬 문을 여는 순간, 우레와 같은 장구소리가 쏟아져 내린다. 그러나 이 천둥 같던 소리도 잠시, 이내 장구 가락은 시냇물 타고 흐르는가 싶더니 다시 세차게 퍼붓는 소나기가 돼 심장으로 파고든다. 이토록 장엄한 우리가락을 연주하는 이들은 바로 강대승 전승회관 회원들. 60~70대가 대부분인 회원들은 3년째 이곳에 모여 우리 가락과 춤을 배우고 있다. 고향 마을 사랑방처럼 정겨움으로 가득 찬 전승회관에서 우리가락과 탈춤을 배우며 청년들 부럽지 않은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시니어 회원들을 만나봤다. #전문 연주자 못지않은 실력 지난 12일 오후 6시, 전승회관으로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복 바지와 단체 티셔츠로 갈아입은 회원들이 강 관장의 지도에 따라 탈춤 동작으로 몸 풀기를 시작한다. 10여분쯤 몸 풀기가 끝나자 장고 연습이 시작됐다. 회원들 각자의 장고소리가 알알이 모여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쉼 없이 몰아친 연주는 10여분 가량 이어졌고 연주가 끝나자 회원들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리곤 쉴 틈도 없이 곧장 사물놀이 연습에 돌입한다. 첫 북이 울리자 꽹과리를 쥔 상쇠의 울림굿을 시작으로 그 위에 장구, 징 소리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현란한 연주가 시작됐다. 말이 연습이지 전문 연주자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며 듣는 이를 쥐락펴락한다. 15분가량의 연주가 끝나자 회원들은 서로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후 쉴 새도 없이 다시 탈춤 연습이 시작됐다. 이날 수업은 오후 9시가 좀 넘어 끝났지만 회원들은 연습이 끝나도 집에 갈 생각을 않는다. 강 관장의 아내이며 송파산대놀이 이수자인 이현숙(64)씨와 회원들이 함께 차린 늦은 저녁식사를 나누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비비안나 최(66·LA) 회원도 이런 가족 같은 정겨움이 좋아 3년째 이곳을 찾는다고. "전업주부다 보니 평소 사람들과 교류가 많지 않은데 여기에 오면 좋은 친구들과 언니, 동생하며 교제할 수 있어 너무 좋죠. 무엇보다 연주를 외워야 해 집중력이 좋아져서 치매예방엔 이만한 게 없지 싶어요.(웃음)" #한인사회와 함께한 3년 그렇다고 이들이 그저 강습과 친목도모만 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매년 우정의 종각에서 열리는 독립기념일, 8.15광복절, 제야의 종 타종식 행사에서 지신밟기와 사물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4.29 LA폭동 기념 평화대행진, 한국문화원 아리 프로젝트, 열린마당 두레 행사 등 지난 3년간 50여 차례의 크고 작은 한인 사회 행사 및 공연에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 18일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과 스웨덴 경기 당시 LA주님의영광교회에서 열린 단체응원전에서 사물놀이를 선보여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오는 7월 6일 오후 7시 무형문화재 61호 박일흥 보유자와 무형문화재 17호 김호석 전수조교를 초청, 배뱅이굿 공연도 개최할 예정인 등 우리 전통문화 소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곳을 찾는 회원들의 이력은 무용 전공자와 댄스 강사부터 사업가, 전업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시니어 회원들은 주로 여성들인데 그래서인지 청일점인 박창욱(69·애너하임)씨가 유독 눈에 띄었다. "대학시절 탈춤에 관심을 가졌다 이민 와서는 잊고 지냈죠, 그러다 이곳에 와 본격적으로 탈춤을 배우면서 지난 한을 풀고 있죠.(웃음) 배운 지 2년 반쯤 됐는데 당뇨 수치도 떨어지고 체중감량도 돼 건강을 위해서는 이만한 취미생활이 없어요." 이처럼 다양한 이력을 가진 시니어들이 한데 어우러져 수준급 실력을 뽐낼 수 있게 된 데는 우리 가락과 춤을 한인사회에 널리 보급하려는 강 관장의 집념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물놀이와 탈춤은 전신운동에 다름 아니죠. 또 우리가락은 마음의 안정을 주고 집중력 향상에도 좋아 시니어들에겐 최고의 취미생활입니다." 사뿐히 즈려밟는 춤사위와 알록달록 이야기꽃 피어나는 이곳이야말로 타향살이 외로움에 늘 그리워했던 외갓집 사랑방이 아닐는지. 어디선가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힐 것'만 같은 초여름 밤이었다. ◆전승회관은 강령탈춤 해외전승자 인강대승(66)씨가 2015년 강령탈춤의 대중화를 위해 개관한 비영리단체. 회원들은 유치원생부터 80세를 넘긴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60여명 가량인데 이중 65세 이상이 40여명일 만큼 시니어들이 주를 이룬다. 수업은 매주 화~목요일 오후 6시부터 3시간가량 진행된다. 월회비는 130달러. ▶주소: 765 S. Harvard Bl. #200, LA ▶문의: (323)578-8682, (213)380-6000 이주현 객원기자 joohyunyi30@gmail.com

2018-06-20

[장춘옥 회원인터뷰] "탈춤으로 삶의 활력 찾았죠"

"건강도 찾고 가족 같은 친구들까지 얻어 하루하루가 늘 활기차요." 3년째 전승회관을 찾아 탈춤과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는 장춘옥(68)씨는 특유의 유머와 유쾌함으로 회원들 사이에선 '친절한 춘옥씨'로 통한다. 그러나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이처럼 활기차고 쾌활했던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장애를 비롯해 오십견과 근육통에 시달려 남편이 퇴근하면 잠자기 전까지 제 어깨며 등을 마사지를 해줄 만큼 건강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이곳에 와 두 세달 쯤 지나니 마시지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몸이 가뿐해지더라고요. 특히 탈춤은 전신운동이어서 많이 움직이다보니 소화도 너무 잘되고요." 이뿐만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얼굴 표정이라고. "친구들도 사귀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많이 웃다보니 정신적으로 너무 건강해졌어요. 주변 지인들이 얼굴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고 할 정돕니다." 장씨는 일주일에 2~3번은 이곳에 와 장구와 사물놀이, 탈춤 등을 배우는데 수업시간이 아니더라도 회관 근처를 지날 때면 꼭 들러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갈만큼 이곳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요즘은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제가 회관에 오는 걸 챙겨요.(웃음) 그리고 남편도 가끔 참석해 함께 배우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탈춤이랑 장구를 배우며 건강하고 유쾌하게 생활하고 싶어요." 그래서일까. 행복한 시니어라이프의 필수조건이라는 건강과 친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그녀의 장고 소리는 그녀만큼이나 유쾌하고 신명났다. 이주현 객원기자

2018-06-20

"그랜드캐년을 봤다고…온몸으로 즐겨야지"

이름만 들어도 '이미 가봤는데'라며 흥미 없어 할 사람들이 적지 않겠다. 하지만 '그랜드 캐년을 제대로 즐겼나?'라는 질문에는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마 열에 아홉은 그랜드 캐년 전망대에 들러 한 두 시간 '와~'하는 탄성을 연발하다가 돌아서지 않았나 싶어서다. 그랜드 캐년은 한해 600만 명이 찾는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의 20억 년 역사를 한 눈으로 감상할 수 있는 풍광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드 캐년은 콜로라도의 물길이 만들어낸 거대한 협곡이다. 전체 길이만 277마일. 5시간을 차를 타고 달려야 다다를 수 있는 거리다. 협곡 맨 밑, 콜로라도 강부터 협곡 정상까지는 1마일. 그 1마일 겹겹이 쌓여 있는 층이 바로 지구의 20억 년 역사다. 한두 시간 보고 돌아서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얘기다. 눈으로만 감상하기보다는 온몸으로 체험하는 거대한 그랜드 캐년은 더욱 신비롭고 재미있다. 거꾸로 타는 그랜드 캐년 트레일 일반 산행과 반대 내리막이 먼저 그랜드 캐년 산행은 특이하다. 일반 산행에서 산 정상이 그랜드 캐년에서는 콜로라도강이다. 내리막이 먼저고 오르막이 나중이다. 콜로라도강까지의 거리(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 기준)는 왕복 18마일이다. 일반 산행과는 반대로 9마일을 쭉 내려갔다가 9마일을 쭉 올라와야 하는 코스다. 그래서 체력 분배를 잘해야 한다. 내려갈 때는 모두 신나게 내려갈 수 있어도 모두가 올라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르막은 고행이다. 때문에 하이킹에 나서기 전 버려야 할 것은 욕심이다. 모두가 히말라야의 정상을 찍을 수 없듯이 누구나 콜로라도강에 손을 담가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그랜드 캐년 여행을 즐겁게 끝낼 수 있다. 가장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Bright Angel Trail)은 잘 닦인 흙길이다. 경사가 심하지도 않다. 등산화를 신으면 좋겠지만 짧은 코스라면 운동화로도 가능하다. 실제 트레일을 타는 사람들 중에는 일반 운동화를 신은 이들이 많다.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은 한인 산악회들도 종종 특별산행으로 찾는 곳인데 지난 메모리얼 연휴 '벨리산악회(회장 김성현)' 역시 그랜드 캐년 산행에 나섰다. 이날 코스가 바로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로 벨리산악회의 경우 새벽 5시에 출발해 콜로라도강까지 18마일을 하루에 다녀왔다. 물론 매주 산행을 타는 회원들이기에 가능한 코스다. 일반인이라면 밑에서 최소 1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앞서도 말했듯이 자신에 맞는 코스를 택하면 된다. 약간의 체력이 받쳐 준다면 인디언 가든(4.5마일)까지 가보는 것도 좋다. 콜로라도강까지의 중간지점이다. 왕복 9.2마일. 하지만 이 또한 평소 산행을 하지 않았었다면 무리가 될 수 있다. 1.5마일 지점과 3마일(왕복 6마일 산행시간 4~6시간) 지점에 있는 뷰포인트까지는 목표로 삼을 만하다. 자전거 투어를 위해 1.5마일 지점에 있는 뷰포인트까지만 내려갔다 왔는데 3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콜로라도강을 못 본 것은 아쉽지만 해가 뜨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랜드 캐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은 인디언 가든까지는 중간 중간 화장실과 식수를 제공한다. 이미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을 타봤다면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South Kaibab Trail)에 도전해 볼만하다. 하지만 이 트레일은 물을 구할 수 없고 강한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외에도 림을 따라 이동하는 림트레일이 있는데 길이 평탄해서 산책처럼 경치를 감상하며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총 트레일 길이는 13마일이다. 림을 따라 씽씽 달리는 자전거 야키포인트까지 왕복 7마일 코스 그랜드 캐년의 바람을 신나게 가르며 내달려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자전거다. 뻥 뚫린 도로와 오솔길을 달리는 기분은 도심에서 자전거를 탈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캐년은 레드, 옐로, 오렌지 등으로 나누어 13마일 정도 바이크 루트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이 포장이 되어 있고 일부만 비포장이기 때문에 온 가족이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캐년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자전거만 빌려서 지도를 보며 뷰 포인트를 찾아다니는 트립이다. 바이크 루트 지도는 렌털숍에서 받을 수 있고 온라인에도 나와 있으니 미리 확인해 보고 계획하는 것이 좋다. 렌털 비용은 1시간에 12달러다. 반일(5시간까지)은 30달러, 종일(5시간 이상) 렌털은 40달러다. 24시간 빌릴 때는 45달러다. 하루 이상 빌리는 경우 1일 35달러씩이다. 어린이의 경우 1시간 9달러, 반일 20달러, 종일 30달러, 24시간 30달러, 하루 이상은 25달러씩이다. 처음이라면 가이드와 함께하는 바이크 투어도 추천해 볼만하다. 숙련된 가이드가 리드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탈 수 있다. 또 뷰포인트를 알려주고 그랜드 캐년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해주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전거 렌털숍은 방문객 센터 옆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출발 시각보다 30분 전에 도착해서 체형에 맞는 자전거와 안전모를 받아야 한다. 간단한 안전교육과 함께 테스트 드라이브를 해 본 후 출발할 수 있다. 왕복 7마일, 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야키포인트(Yaki Point) 코스 투어는 오전 10시에 출발한다. 가격은 성인 52달러, 어린이 42달러다. 가이드 투어는 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 하이킹은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만 가능하다. 이외에도 그랜드 캐년을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는 노새 투어, 콜로라도강을 따라 즐기는 스릴 넘치는 래프팅도 있다. 그랜드 캐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www.nps.gov/grca)를 참고하면 된다. 한국어 안내 책자(www.nps.gov/grca/learn/news/upload/grca_korean.pdf)도 따로 확인할 수 있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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